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이하 연준)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만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 여부와 방향성에 대해 글로벌 관심을 받고 있다. 달러는 국제 결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60%를 구성하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의 CBDC 개발 전략은 단순한 국내 금융 혁신을 넘어 전 세계 통화 질서 재편에 직결된다. 연준은 2020년대 초부터 CBDC의 필요성과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검토해 왔으며, 현재는 ‘디지털 달러’라 불리는 개념을 실험·연구하는 단계에 있다.
연준은 현금과 기존 전자 결제를 보완하는 형태로 CBDC를 도입하되, 금융 안정성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그리고 자동화 기능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4대 원칙을 중심에 두고 있다. 특히 자동화 기능은 연준이 CBDC 설계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핵심 분야다. 조건부 결제, 실시간 정산, 정책 집행 자동화 등을 통해 금융 거래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정책 효과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하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CBDC 개발 전략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 발행 계획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패권 유지와 동시에 미래형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포괄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연준의 CBDC 자동화 화폐 설계 철학과 자동화 요소
연준은 CBDC 설계 철학에서 ‘공공성과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연준은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큼, 시스템 장애나 해킹 위험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연준은 퍼블릭 블록체인 대신, 중앙에서 접근 권한을 통제하는 허가형 분산원장(Permissioned DLT) 또는 중앙집중형 데이터베이스 기반 구조를 우선 검토한다. 자동화 기능 측면에서 연준은 조건부 결제를 기본 구조에 포함시키려 한다. 예를 들어, 거래 당사자 간에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결제가 자동 실행되도록 하거나, 특정 시점에 미리 설정된 금액이 지급되도록 하는 기능이 가능하다. 또한 연준은 디지털 달러가 지급결제 인프라와 직접 연결되어, 중앙은행 계좌 간의 실시간 결제(Settlement)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미국 내 금융 기관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 거래에서도 결제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동화 기능은 또한 규제 준수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규정을 시스템에 내장하여, 불법 자금 흐름을 사전에 차단하고 보고 의무를 자동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금융 시장 및 산업 전반에서의 자동화 응용
연준은 디지털 달러의 자동화 기능을 금융 시장과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응용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국채 결제, 파생상품 청산, 대규모 은행 간 자금 이동을 실시간으로 자동 정산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국채 거래에서 매수자가 결제 자금을 준비하고, 매도자가 채권을 준비하면, 시스템이 두 조건을 확인한 즉시 자산과 자금이 교환되는 DvP(Delivery versus Payment) 방식이 자동 실행된다. 산업 부문에서도 디지털 달러의 자동화는 공급망 효율성을 높인다. 물류 추적 시스템과 결제 시스템을 연동해, 상품이 배송 완료 상태로 업데이트되면 결제가 자동으로 진행되는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소매업체는 재고가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 주문 및 결제를 실행해 공급 차질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스마트 그리드와 연계하여 전력 사용량 측정과 요금 결제를 자동화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화 응용은 거래 신뢰성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하며,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경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미국처럼 경제 규모가 크고 금융·산업 거래가 복잡한 환경에서는 자동화가 효율성 제고와 리스크 관리 모두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정책 집행과 디지털 거버넌스 혁신
연준은 CBDC 자동화 기능을 활용해 정부 정책의 실행 속도와 정밀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경기 침체나 팬데믹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연준은 디지털 달러를 통해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 긴급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이때 지원금은 코드로 사용 기한과 용도를 제한하여, 소비 진작이나 특정 산업 지원과 같은 정책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세금 징수 역시 자동화가 가능하다. 소득, 매출, 또는 금융 거래가 발생하는 시점에 세금이 자동 계산되어 징수되면, 행정 비용과 탈세 가능성이 동시에 줄어든다. 또한 금융 포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연준은 은행 계좌가 없는 미국인들도 디지털 지갑 형태로 디지털 달러를 보유·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 농촌 지역 주민, 이주민 등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계층이 공식 금융 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다. 연준은 이러한 정책적 자동화를 통해 경제 안정성, 사회 형평성, 그리고 디지털 거버넌스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려 한다.
결론
미국 연준의 CBDC 개발 전략은 달러의 국제적 위상 유지와 함께, 금융·산업·정책 집행 전반에 걸친 자동화 혁신을 목표로 한다. 연준은 디지털 달러를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조건부 결제·실시간 정산·규제 준수 자동화를 포함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설계하려 한다. 이를 통해 금융 거래 속도와 신뢰성을 높이고,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개선하며, 정부 정책의 전달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기술 안정성,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국제 상호운용성이라는 4대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특히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인 만큼, 디지털 달러의 설계와 운영은 국제 금융 질서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결국 연준의 CBDC 자동화 전략은 미국 경제의 디지털 전환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의 세계 경제 판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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